메가진화는 불가능했다.
메가진화한 자신의 모습이 어떨지는 패리퍼 자신도 모른다.
물새 포켓몬은 메가스톤과 키스톤, 두 개의 보석의 존재가 불편했다. 포켓몬과 트레이너간의 유대감이 열쇠가 되는 한계를 뛰어넘는 진화의 존재가 불편했다. 자신의 메가진화의 불가능성이 가리키는 곳은 한군데밖에 없었고, 트레이너도 자신도 그것을 알았다.
우리는 모두 마음에 빛의장막을 친다.
인간도 포켓몬도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고자 하는 본능은 같다.
오랜 시간을, 수많은 공간을 넘어오며 한 명의 인간의 파트너로서 살아왔다. 그 시공간 속에 분명히 인연이 있었고, 유대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개 합쳐서 한 쌍이 되는 보석은 반응하지 않았다. 분명히 우리의 마음에 자리잡은 벽이 너무나 두꺼운 탓에.
그것을 깨닫고서 자신을 껴안아오는 트레이너의 체온은 따뜻했고, 편안했으며, 불쾌했다. 인간의 언어로 그가 말을 걸어왔다.
(우리 이제는 거리감을 용서하지 말자.)
패리퍼는 그만, 귀를 막아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을 끌어안은 양팔을 떨쳐낼 수 없어서.
(그동안 너를 마주하지 않아서 미안해.)
(이미 내게서 떠나버린 아이들을 생각할 때마다 그러기가 겁났어.)
내 앞에서 그렇게 약한 말을 하지 말아줘.
(내 곁에 계속 있어줘.)
너를 떠나지 않아, 나는.
나는 그런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잖아.
패리퍼의 트레이너는 한 번도 패리퍼에게 연약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일따위 없었다. 마음에 대해서 전혀 말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가족같은 포켓몬에게 어떻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가족에게만큼은 말할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자신이 책임져야 할 포켓몬에게 ‘지금 당장 쓰러질 것 같아,’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 ‘네가 자의로든 타의로든 언젠가 나를 떠나게 될까봐 두려워’ 같은 이야기는 할 수 없는 법이었다.
가족 유지의 핵심은 자연스러움을 가장하는 것이므로.
패리퍼는 기꺼이 그 제도에 순응했다―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것이었으므로.
트레이너의 지시에 맞춰서 기술을 배우고 사용했고, 간혹 그가 선택을 망설이고 있을 때는 등을 밀어주었다. 그가 무언가를 얻거나 깨달았다는양 기쁘게 이야기하면 끄떡이며 같이 웃어주었다.
너를 멀리서 지켜보는 비구름
네 뜻에 따라 넘실거리는 파도
패리퍼는 정말로, 그걸로 행복했다.
폭풍의 눈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아주 예전에, 자신이 갈모매였던 시절, 운명은 아주 가끔씩만 못이기는 척 포켓몬 시합을 벌였다. 지고 나서 허망한 눈빛이 자신을 향해도 갈모매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트레이너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단지 서로 눈빛을 읽는 것, 그리고 읽어낸 것에 대해 침묵하는 기술만이 늘었을 뿐.
지금와서 나의 마음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고백해야 하니?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네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가장 깊은 곳의 어두운 이야기는 우리 앞으로도 서로에게 묻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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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미포 1093자)
(* 패리퍼 45~50 레벨대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