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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에 한 번 꼴로 호연지방을 향하는 것은 이제는 일종의 연례행사… 아니, 매년 가는 것은 아니니까 연례행사라는 말은 틀렸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운명은 잿빛도시행 티켓을 끊었다. 호연지방에는 몇 개의 항구도시가 있었지만 운명이 늘 찾았던 것은 잔디마을과 가까운 잿빛도시였다. 올해는 잔디마을에는 반드시 들를 필요가 없어졌지만, 불꽃샛길과 가장 가까운 항구 역시 잿빛도시였다. 게다가 잿빛도시에는 커다란 콘테스트홀도 있으므로 들렀다 가면 로파파―미네랄―도 무척 좋아할 터였다.


재해가 잦아든 이후로 배여행을 포함한 온갖 여행이 성수기였고 운명은 그렇게 사람이 많은 배는 타본 적이 없었다. 호연 주변 해역에 홍수가 한창이어서 손님이 아무도 없었을 시절엔 자유롭게 풀어두었던 패리퍼도 꼼짝없이 몬스터볼에 갇혀있어야 했다. 애초에 피카츄 정도 외에는 꺼내둘 수 있는 포켓몬이 없을 정도로 공간이 좁아졌다. '뭐, 이런 것도 나쁘지는 않지.' 생각하며, 운명은 시끌벅적한 갑판에 서 있었다.


자연재해가 가라앉아서 참 좋지요, 이렇게 호연 여행도 가고. 다른 지방에 여행가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네에, 오랜만에 미로마을에 사는 조카를 만나러 가는 길이에요.

우와, 정말요. 그거 참 좋으시겠어요! 저는 그 좋다는 호연의 콘테스트홀이나 구경해보려구요.


지인과 친인척을 만나러 가는 사람들, 콘테스트의 본고장에 순례를 온 콘테스트 팬들과 코디네이터들, 호연이라는 미지의 땅을 탐험해보고자 하는 모험가들…… 전에 없이 많은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운명이 하나의 몬스터볼을 쥐자 손에 꽉 찼다.


이제 곧 잿빛도시, 잿빛도시……


"이제 곧 잿빛도시래, 바다야." 운명이 안내방송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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